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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를 향한 건강시대

이것을 무시하면 노후가 무너집니다 — 백 살을 넘긴 철학자의 조용한 고백 [김형석 교수의 조언]

by 한사랑@ 2026.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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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무시하면 노후가 무너집니다
— 백 살을 넘긴 철학자의 조용한 고백
사람들이 저한테 가끔 물어요.
교수님, 어떻게 하면 그렇게 오래도록 고요할 수 있습니까.
저는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잠깐 생각해요. 고요하다고요. 글쎄요. 저도 평생 흔들렸어요. 젊었을 때는 무너지고, 중년에는 버티고, 늙어서야 겨우 조금 안정됐어요. 그러니까 고요한 게 아니에요. 그냥, 이제는 무엇을 무시하면 안 되는지를 알게 된 거예요.
오늘은 그 얘기를 하고 싶어요.
이것을 무시하면 노후가 무너집니다. 소리 없이, 아무도 모르게, 천천히요.
들어가며 — 짐을 비워야 평안해집니다
젊었을 때 우리는 채우는 게 삶인 줄 알았어요.
더 많이 가져야 하고, 더 높이 올라가야 하고, 더 넓게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좁은 방에서도 뭔가를 끊임없이 쟁여두면서 안간힘을 썼어요. 그래야 사는 것 같았으니까요. 그래야 뒤처지지 않는 것 같았으니까요.
근데 백 년의 고개를 넘어보니까 보이더군요.
인생은 올라갈 때는 채워가지만, 정착지에 가까워질수록 하나둘 내려놓아야 비로소 평안해지는 거더라고요. 내려놓는 게 지는 게 아니에요. 내려놓는 게 도착하는 거예요.
칠십이 넘으면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근데 그게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에요. 살아보니까, 엄격하게 가야 할 곳과 멈춰야 할 곳을 가릴 줄 알아야 그 경지에 닿더군요. 그 분별력이 노년의 지혜예요.
첫 번째 — 허영의 자리를 피하십시오
저도 그런 자리에 가본 적이 있어요.
겉으로는 웃으며 잔을 부딪치는데, 속으로는 누가 더 비싼 시계를 찼는지, 자식이 얼마나 출세했는지를 재고 있는 자리요. 화려하고 요란한데, 이상하게 집에 돌아오면 더 공허한 그런 자리.
살아보니까 그 화려함 속에 있을 때 노년의 가장 깊은 고독이 찾아오더군요. 불빛은 밝은데 마음은 어두운 거예요. 사람들로 꽉 찼는데 나는 혼자인 것 같은 그 느낌. 아시는 분들은 아실 거예요.
저는 그 자리를 멀리하기로 했어요.
에너지가 고갈되는 노년에, 그런 곳에서 기운을 뺏기면 안 되거든요. 남의 잘된 소식에 시기심이 올라오는 자리, 내가 더 낫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 자리, 그런 곳은 아무리 그럴듯해 보여도 영혼에 독을 치는 거더군요.
품격은 비싼 안경테에서 나오는 게 아니에요.
타인을 배려하는 고요한 태도에서 나오더군요.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그냥 있어도 편한 사람들, 그런 곳에 에너지를 써야 해요. 살아보니까 그게 맞더군요.
이것을 무시하면요, 아무리 화려한 노년을 사는 것 같아도 속이 텅 비어가요.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요.
두 번째 — 분쟁의 현장에서 물러나십시오
인생의 가을을 지나 겨울로 접어들면, 가장 어려운 게 뭔지 아세요.
끼어들지 않는 거예요.
자식들이 다투는 걸 보면 해결해주고 싶어요. 누가 억울한 소리를 하면 거들어주고 싶고요. 타인의 시비에 한마디 하고 싶은 마음, 저도 있었어요. 당연히 있었죠.
근데 살아보니까 그게 독이더군요.
삶은 각자의 몫이에요. 자식의 갈등을 부모가 해결해주려고 들면, 나중에 그 칼날이 부모한테 돌아와요. 내가 좋은 뜻으로 한 말이 결국 원망의 이유가 되는 거예요. 그걸 여러 번 봤어요. 제 주변에서도 봤고, 저 자신에게서도 경험했어요.
노년의 지혜는 개입이 아니라 물러남에 있더군요.
남의 허물을 이야기하는 자리에 그냥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 안에 들어간 거예요. 그 파장 속에 내가 섞이는 거예요. 자리를 피하는 것, 말을 아끼는 것, 침묵을 지키는 것. 그게 노년의 가장 단단한 힘이더군요.
내가 내뱉은 날카로운 말 한마디는 결국 부메랑이 돼요. 반드시 돌아와요. 그리고 그게 내 평화를 깨뜨리더군요.
침묵의 가치를 아는 노년이 참으로 아름다워요. 살아보니까, 말을 많이 한 날보다 말을 아낀 날이 더 마음이 가볍더군요.
이것을 무시하면요, 노년의 평화가 스스로 허무는 거예요.
세 번째 — 과거의 무덤을 서성이지 마십시오
저도 한때 과거를 놓지 못했어요.
왕년의 기억들, 화려했던 시절, 그때 나를 상처 입혔던 사람들. 그 언저리를 맴돌면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했어요.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 언젠가는 사과를 받아야 하는데. 언젠가는 내가 옳았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데.
근데 살아보니까, 과거는 이미 지나간 손님이에요.
그 손님을 붙잡고 앉아서 지금의 햇살을 낭비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더군요. 지나간 건 지나간 거예요. 아무리 곱씹어도 달라지지 않아요. 오히려 내 에너지만 닳는 거더군요.
원망은 무거운 돌덩이예요.
그 돌덩이를 들고 걸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점점 느려지고, 지쳐가고, 주저앉게 되는 거예요. 복수하리라, 사과받으리라 마음먹는 순간, 노년의 빛은 사라지더군요. 내가 그것에 묶이는 순간, 내가 거기 갇히는 거예요.
이게 가장 중요한 거예요.
설령 누군가 나를 모욕했어도, 그건 그 사람의 업이에요. 내 것이 아니에요. 근데 내가 그 모욕을 곱씹는 순간, 비로소 그게 내 것이 되고 말아요. 내가 자청해서 그 짐을 받아드는 거더군요.
내려놓는 게 패배가 아니에요.
내려놓는 게 자유예요. 살아보니까 정말 그랬어요.
마무리 — 투명한 영혼으로 살아가십시오
백 년을 살아보니까, 가장 큰 자산이 뭔지 알겠더군요.
통장 잔고가 아니에요. 자식이 출세한 것도 아니에요. 내 마음의 평정심이에요. 그거 하나예요.
저녁에 눈을 감을 때 부끄러운 게 없고, 아침에 눈을 뜰 때 살아있음에 감사한 상태. 그게 최고의 성공이더군요. 그게 가장 부유한 노년이에요.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되냐고요. 저는 이 세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첫째, 정리하세요.
입지 않는 옷, 꺼내지 않는 물건, 그리고 나를 지치게 하는 인연. 과감히 놓아주세요. 비워야 평화가 와요. 채울수록 무거워지고, 비울수록 가벼워지더군요. 물건만이 아니에요. 마음속 짐도 마찬가지예요. 원망, 후회, 기대. 하나씩 내려놓으세요.
둘째, 입을 닫고 귀를 여세요.
고맙다, 미안하다. 이 두 마디가 영혼을 치유하는 영약이더군요. 살아보니까, 많이 말한 것보다 그 두 마디가 더 오래 남더라고요. 말을 줄이고, 듣는 사람이 되세요. 들을 줄 아는 노년이 가장 깊은 사람이에요.
셋째, 사색하며 걸으세요.
발바닥이 땅에 닿는 그 감각을 느껴보세요. 빠르게 걷지 않아도 돼요. 어딘가에 도착하려고 걷지 않아도 돼요. 그냥 걸으면서 자연의 순리를 받아들이는 거예요. 봄이 오면 꽃이 피고, 가을이 오면 지는 것처럼. 나도 그 흐름 안에 있다는 걸 느끼면서요.
죽음이 두렵냐고요.
저는 이제 두렵지 않아요. 오래 살다 보니까 그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구나 싶더군요.
정말 두려운 건 따로 있어요.
살아있는 동안 내 영혼이 시들어가는 거예요. 몸은 살아있는데 마음이 죽어가는 거예요. 허영의 자리에서 기운을 빼앗기고, 분쟁 속에서 평화를 잃고, 과거의 무덤을 서성이면서 오늘을 낭비하는 것. 그게 진짜 두려운 거더군요.
이것을 무시하면 노후가 무너져요.
조용히, 천천히, 아무도 모르게요.
마지막 숨을 내뱉는 순간, 참 좋은 인생이었다고 웃으며 말할 수 있기를 바라요. 저는 그걸 바라면서 오늘도 살고 있어요.
여러분의 삶은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다워요. 끝까지 자기 자신을 사랑하세요.
살아보니까, 그게 가장 중요한 거더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오늘도 봐주셔서 고맙습니다.